한국여성사회복지사회

일반자료

홈 > 자료실 > 일반자료
일반자료

[이렇게 산다] 멋지게 사는 은퇴 사회복지사의 이야기

최고관리자 1 1,713 2018.05.15 16:19

[이렇게 산다]


  

멋지게 사는 은퇴 사회복지사의 이야기

은퇴 후 아동시설에서 자원봉사를 계획했었으나 현실적으로 봉사활동이 쉽지 않았다. 그 대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일해 왔던 나 자신을 이제는 돌봐야 한다고 마음을 바꿨다.


박은경(전 메이크어위시재단 사무총장)

af0e7ad637f0f36b39e0ff4068ec8c99_1526368586_6719.jpg


세상에서 소외된 것 같아요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려워

매일 나가던 직장이 없으니 시간이 너무 안 가네

 

평생 다니던 직장생활을 접고 집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가족, 친지들과의 접촉이 주된 사회관계를 이루게 되는 은퇴 직장인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그들 중에 나도 포함된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접으며 생겨난 여유 있는 시간 속에서 그간 못해왔던 새로운 일들도 할 수 있었다.

 

나는 만 64세의 정년퇴임 만 4년 차를 맞고 있는 은퇴 사회복지사이다. 학부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 후 30대에 미국 시카고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한국에 귀국해 20 여 년 간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월드비전 본부에서 해외사업팀, 홍보팀장으로 10년 근무 후 미국 캘리포니아에 2년간 거주하며 직장생활을 한 후 다시 돌아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에서 사무총장으로 6년간 근무, 대학에서의 몇 년간 강의, 마지막으로 중견 기업 사회공헌재단의 사무총장으로 몇 년간 근무했다.

 

 

은퇴 후 아동시설에서 자원봉사를 계획했었으나 현실적으로 봉사활동이 쉽지 않았다.’

 


그 대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일해 왔던 나 자신을 이제는 돌봐야 한다고 마음을 바꿨다. 그간 가족들에게 못 해 줬던 케어를 해 주기로 했다. 집 청소를 열심히 해 깨끗이 정돈된 주거환경을 만들고, 남편이 입을 와이셔츠를 출근 직전 다림질을 해야 했던 부산함도 없이 일주일치 와이셔츠를 옷장 안에 풍성히 다림질해 걸어 놓기도 한다. 또 자정이 넘어서 야근하고 돌아오는 딸을 기다려주고, 출근 때에는 건강 도시락을 싸 주기도 한다.

학창시절에 미술에 소질은 없었지만 성인이 되면서 미술관과 박물관 다니기를 좋아하다보니 미술 감상 안목이 생겨나 은퇴하기 몇 년 전부터 화실에 나가기 시작했다.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결석도 많이 했지만 주변에서 과거에 미대 지망생이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나는 은퇴 후 소일거리 마련을 위한 노후대책이라고 답변을 했었다. 정말 그렇다. 도무지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시간만 지나면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아마추어라도 유명작가의 그림을 모사하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그리기 위해서는 창작적 감각이 요구되기 때문에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현재 7년째 화실을 나가고 있는데 그 사이 개인전도 한 번 열었고 단체전과 아트쇼 등 에도 십여 차례 참여했다. 이제는 제법 내가 좋아하는 주제, 색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즐거움도 느끼고 있다.

 

그리고 3년 전 부터는 홍대 평생교육원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배우고 있다. 유리칼 사용과 납 땜 과정까지 평소 접하지 못했던 재료와 도구들을 사용하며 램프 갓, 촛대, 장식품 등을 만들고 출석교회의 창문장식과 십자가 등도 제작했다. 물론 그림을 그리는 것 보다는 공예 감각이 더 필요해 창작의 진통(?)은 덜하지만 역시 제작시간이 만만치 않다.

 

 

‘10년 전부터 시작한 등산

 

 

10년 전부터 시작한 등산으로 그사이 지리산 천왕봉과 설악산 대청봉 등 해발 1500미터가 넘는 전국의 산을 수 십 차례 등반했고 작년 가을에도 두 번째로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새벽에 일출을 보는 장관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나이에 순응하고자 1000미터 전후의 등산코스에도 만족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씩은 책을 들고 북 카페로가 몇 시간 씩 집중해 독서를 하고 온다. 일 년에 한 번씩은 스스로 일정을 짜고 항공과 숙박을 예약해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비교적 활동적으로 보이는 나의 건강상태는 4년 째 고지혈증 약 복용, 3년 째 온몸에 돋는 습진으로 고생 중이다. 최근 습진은 많이 좋아졌지만 2년 동안은 가려움증으로 밤잠을 설쳤다. 요즘도 온천을 일주일에 한번 씩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고 당뇨를 조심해야 하는 유전적 요소도 있다.

 

앞으로 7년 후면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중 다섯 명 중 한명이 65세 이상이라니 상상이 잘 안 된다. 요즘은 오래 살고 싶어 걱정하는 사람은 주변에 없고, 어떻게 하면 고생을 안 하고 빨리 세상을 떠날까 걱정하는 사람들 뿐 이다. 내가 2000년도 초에 일했던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노인복지 프로그램은 클라이언트의 Independence(독립) & Dignity(위엄)의 기반위에 마련돼 있었다. 대한민국의 대표 문인인 박경리 선생은 유고시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에서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며 노년기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중략)

모진세월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선생의 유고시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가끔씩 노후를 걱정하는 오늘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고, 누구에게나 공평히 삶은 한번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위엄 있게 노년기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감사한 마음으로 현재를 살아가며 홀가분하게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것만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맞이하는 정답일 것 같다.

 


af0e7ad637f0f36b39e0ff4068ec8c99_1526368754_3386.jpgaf0e7ad637f0f36b39e0ff4068ec8c99_1526368754_375.jpg
 

Comments

도토리 2018.06.05 10:56
박은경회원님 정말 멋지게 사시네요. 가끔은 회원들과 알리고 나누는 그런 삶도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남은 여정이 더욱 아름답고 향기로운 시간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언론홍보위원장 이현숙